교육부의 새로운 '대학구조 개혁방안' 마련은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는 다른 강력한 의지로 추진해야 하며,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통해 대학에 책임 지울 것은 지워야 한다. 더 이상 상아탑이 아닌 우골탑의 도태는 미룰 일이 아니다. 사회·국가적 낭비와 학생들의 피해 방지를 위해서라도 옥석을 가려내야 할 때다.

대구한의대학교 의혹을 본보가 취재하기 시작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방송보도 때문이었다. 지난해 10월 대구한의대가 추진한 경북 봉화군 관내 'DHU 산림특화캠퍼스' 설립 사업이 관계자들의 인터뷰와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대구한의대가 그에 앞서 8월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가질 내용이었는데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이 수백억 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분교를 설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대구한의대는 '산림특화캠퍼스'를 설립하겠다는 의지도 능력도 없었음이 밝혀졌다. 당시 대구한의대는 부실대학으로 지정되자 임기가 9개월이나 남은 총장에게 자진 사퇴의 형식으로 책임을 물었다. 10월에는 부총장으로 설립자의 둘째 아들인 현 총장을 직무대행에 임명했다가 12월에는 총장 임명을 했다. 그러나 'DHU 산림특화캠퍼스' 설립은 현 총장이 진두지휘해왔었다. 결국 ‘산림특화캠퍼스’ 설립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는 세간의 비난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산림특화캠퍼스’ 설립이 국면전환용 행각(?)에 불과했다는 본보의 3차례 기사보도 이후 이어진 제보는 대학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한두 해마다 단과대학과 학과 명칭을 변경하고, 학과 전공과 교수 전공이 달라 전체 교수들의 프로필에 전공 대신 관심분야로 표기하는 등의 일은 한두 사람에 의해 저질러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교수가 프로필에 전공 표기를 포기하는 것은 학자의 양심과 자부심을 포기하는 것이다. 교수들이 그렇다면 대학 사정은 직접 안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입학한 지 한두 해면 없어지는 학과에 자기 자식을 입학시킬 부모는 없다. 이런 사정을 아는 것인가? 대구한의대는 올해 신설한 산림조경학과의 설치년도를 모집요강에 2000년이라고 표기했다.

대구한의대 관계자는 어려운 지방대학 사정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비슷한 사정의 다른 대학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말만 하고 있다. 입시에서 제2지망과 전과제도를 악용한 입시부정 의혹은 교육부나 수사기관이 확인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입시원서에 제2지망을 표시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제2지망으로 미달학과 등록을 유도하고 1년이 지난 후 원래 지망했던 학과로 전과시켜 주는 것은 입시부정으로 명백한 범죄행위다.

과연 이렇게 입학한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경쟁력 없는 지방대학은 이렇게 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지방에도 경쟁력 있는 대학들이 많지만, 부실한 대학들 때문에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부실대학을 도태시키는 일이 우선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정원 역전현상의 심각성은 이미 입학자원이 급격히 감소했던 10년 전부터 예상됐다. 학령인구 숫자는 해당 연도의 출생아 숫자에 몇 가지 요소를 더하면 쉽게 알 수 있는 일로서 입학자원의 급격한 감소는 당시에도 큰 충격이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논하는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급격히 감소했던 학령인구는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0년 소폭으로 다시 상승했고 내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충격의 내성과 일시적 학령인구 증가로 인해 대학 구조 개혁이 느슨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를 틈타 일부 대학들은 입학정원 축소나 교육 여건 개선 등 경쟁력 강화 조치보다는 등록금 인상이나 신입생 모집을 위한 편법 등에 매달려 왔다.

교육부가 이달 내 새로운 '대학구조 개혁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평가의 객관성이나 공정성 문제를 두고 이해당사자들 간에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등 처한 처지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예상되는 혼란에 선제로 대비하기 위한 '대학구조 개혁방안' 마련은 매우 시급하다.

교육부는 지난 2004년 12월 대학 구조 개혁 추진을 발표, 2009년까지 국립대학 입학정원의 총 15% 감축, 사립대학은 2009년 이후 전임교원 확보기준 미달대학은 정원감축을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지난 2007년 1월에는 대학 특성화 성과를 정부재정지원 사업에 반영하겠다고 했고, 같은 해 5월에는 대학정보공시제를 도입해 2008년부터 모든 고등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정보공시제를 시행하는 법률을 공포했다.

2014-01-20 10:16:21 / UGN경북뉴스(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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