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 김성엽)는 대구한의대 학교법인 제한학원이 고소하고 검찰이 업무상배임미수로 기소한 대구한의대 L교수 사건에 대해 지난 6월 27일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제한학원이 지난 2010년 12월 L교수와 직원이었던 G씨, P씨 등을 고소한 이후 3년 반 만에 이뤄진 것으로서 혹자들은 '솔로몬의 판결'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제한학원 측은 교수 한 명을 징계하고자 검찰 조사관 출신의 법무사를 특별히 고용했고 국내 수위를 다투는 서울의 대형 로펌 중 두 곳을 소송에 동원하는 한편, 지역 변호사 여러 명에게도 사건을 맡겼다. 검찰 고소 역시 기소에 이르기까지 여러 명의 변호사를 동원했다.

일련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유토피아적 법의 궁극은 정의실현과 사회 질서유지에 있기에 법질서가 없다면, 정의도 결코 실현할 수 없음을 새삼 느낄 수 있게 했다. 법의 존재 목적은 분명히 정의실현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물량 공세 앞에서 긴 시간 무력하게 휘둘렸던 피의자들이 겪은 속절없던 현실 앞에서는 법의 목적이 정의실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라는 큰 의문도 남는다.

애초 제한학원은 2010년 2월 L교수에 대해 무려 21가지 징계사유를 들어 파면징계를 했다.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였지만, L교수는 대구지방법원에 파면처분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더불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파면처분 취소청구를 했고 모두 인용·복직됐었다.

복직 후 서울행정법원과 대구지방법원에 본안 소송이 제기됐다. 본안 소송 중 L교수와 함께 고소당한 G씨는 사망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1가지 징계사유 중 2가지 징계사유를 인정해 제한학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은 항소심에서도 바뀌지 않았기에 결국 L교수는 대학을 떠나야 했다. 사실상 이것으로 이 사건은 웬만한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기는 소송 기록만을 남기고 끝나는 듯했다.

제한학원은 본안 소송과 더불어 여세를 몰아 L교수와 직원인 G씨, P씨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애초 검찰은 이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했다. 제한학원은 항고했고, 검찰은 민사법원의 피의자 패소 판결을 근거로 제한학원의 주장대로 L교수와 P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대구지방법원 형사11부는 지난 6월 27일 지난 민사법원의 판결과는 전혀 다르게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마치 극적인 영화의 반전처럼 말이다.

이번 사건은 민사법원의 판결만으로 끝났으면 무죄를 밝히기 어려운 사건이었을 것이다. 한 사람을 끝까지 파멸시키려 했던 것이 오히려 누명을 벗길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은 아닐까?

제한학원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처럼 '막대한 돈'을 들여 교수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로 내몰았던 것일까?

본보는 세월호 사고가 터지면서 국민적 애도 분위기에 동참코자 지난해 12월부터 매주 연재했던 대구한의대 사학비리에 대한 보도를 중단했었다. 앞으로는 본 사건의 드러난 실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을 해부해 적시하고자 한다.

본보가 그동안 대구한의대에 주목했던 것은 지방 부실사립대학의 분교 설치와 관련한 사기성 조명에서 시작한 것이었지만,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 부조리의 단면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 마디로… 부실 지방사립대학, 신흥종교, 지방토호, 지방행정, 교육계, 언론계, 법조계 등의 문제가 한데 버무려진 한 편의 거대한 '막장 파노라마'가 아니었나!

지난 2011년 6월 대구한의대 전 기획예산팀장 G씨는 사망하기 전 기자에게 많은 자료를 넘기면서 "卞 某는 자기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는 순간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고 되뇌었다. 당시 기자는 G씨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2년 뒤 대구한의대 총장이 바뀌면서 비로소 망자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됐다.

2014-08-10 23:50:16 / UGN경북뉴스(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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