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비문화수련원(경북 영주시 순흥면, 이하 수련원) 강사료 명목 '국고보조금 횡령'으로 조명되는 기소사건의 범위가 수련원 모체로서 한국 유림의 총본산인 성균관(서울 종로구 명륜동)에까지 확대된 듯 최근 비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검찰이 최초 피의자들의 혐의를 조사하고서도 공소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는 파문이 이는 등 일각에서는 "검찰이 중대 범죄 사실을 누락한 것은 사건 실마리를 제공한 제보자를 봐주려는 의도로서 결국 헤게모니가 아니냐?"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2012년 12월 31일 수련원장 L씨(51세)와 기획실장 R씨(52세) 등을 업무상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데 이어 2013년 2월 6일 성균관 산하 서원연합회 사무국장 A씨(58세)를 구속하고 2월 26일에는 성균관 회계 책임자 총무부장 B씨(51세)를 추가로 구속했다.

A씨는 국고보조금과 성균관 공금 등 8천만 원을 개인용도 등으로, B씨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교재 인쇄업체 3곳과 식당으로부터 대금을 부풀려 결제하고 돌려받은 국고보조금 5억 4천만 원을 성균관 운영비 등으로 횡령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강사료 명목 '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를 착수하며 A씨와 B씨 모두 2009년부터 2010년 초까지 성균관이 직접 시행한 '인성교육 캠프' 사업을 통해 피교육생 '식비'를 부풀려 편취한 혐의로 먼저 조사했었다.

피의자들은 수련원에서 '인성교육 캠프' 사업을 시행한 후 그 소요 비용을 식비, 숙박비, 강사료 항목으로 각각 산정해 문광부에 청구했고 문광부로부터 항목별로 국고보조금을 교부받았다.

검찰은 이와 관련 과대 계상된 식비를 2009년 7월 30일경 수련원 인근 선비촌 내 식당 업주로부터 R씨가 현금으로 반환받아 그 무렵 성균관 B씨에게 8,030,000원을 전달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수련원장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R씨의 진술을 근거로 수련원장이 8,030,000원의 식비를 편취했다고 구속영장 청구사유를 명시했다. 하지만 사건은 수련원장이 부임하기 이전이었고 적부심 심사 과정에서 수련원장 L씨는 관련 없음이 밝혀졌다.

특히 A씨와 B씨가 선비촌에서 식당 업주로부터 현금 1,520만 원을 직접 건네받는 등 가교역할을 담당했던 R씨는 식당업주로부터 1,800여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받은 사실도 밝혀냈다. 이러한 사실은 2012년 11월 8일 수련원 원장 L씨를 상대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부분 적시됐고 당시 성균관 B씨와 수련원 R씨 등 다수가 피의자들로 지목받았다.

검찰이 강사료 명목 '횡령 혐의' 수사 과정에서 애초 '식비 편취' 관련 피의자들을 공소했더라면 본 사건에서 파생해 지난 2월 별도로 구속 기소된 성균관 A씨와 B씨의 국고보조금 횡령혐의는 동일한 추가 범죄 사실로 입증했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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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원 운영 초기인 2008년 8월경부터 수련원의 회계, 행정 등 실무를 담당했던 R씨는 2012년 3월 9일 수련원이 사용하지 않는 본점 통장을 이용한 횡령이 드러나 4월 12일 대기발령 됐으며 이를 소명하지 않고 무단결근해 5월 3일 해고됐다.

R씨는 대기발령을 당하자 원장 L씨가 수련원 강사에 대한 강사료를 성균관으로부터 지급받아 착복한 것으로 제보했다고 알려졌다. 반면, 제보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강사료는 수련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자리창출사업으로 지원받는 20명 가운데 자체강사 8명에 대한 강사료이다. 일자리창출사업으로 고용된 강사들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임금을 지원받기 때문에 강사료를 받으면 개인이 취득할 수 없고 수련원 운영비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수련원장 L씨는 성균관으로부터 수령한 강사료는 수련원 운영자금으로 용도가 엄격하게 정해진 자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회계처리의 잘못은 있지만, 공소장의 사용 명세를 봐도 개인적으로 편취한 것은 없으며, 직원 급여와 교재 제작비용, 사망한 직원 장례비와 위로금, 성균관과의 행사 비용 등이라고 표명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당시 수련원장 L씨가 국고보조금을 집행한 것으로 명시했으나 국고보조금사업자는 성균관이었고 수련원의 강사료는 국고보조금 관리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법원에서는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해당 자금과 관련해 사용의 주된 목적이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내지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어 법원이 앞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2013년 1월 22일 성균관의 최근덕 관장이 공금 횡령 의혹으로 서울 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았다. 전임 성균관 부관장 J씨가 부관장들이 낸 헌성금을 최 관장이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했다며 고발한 데 따른 검찰 소환이었는데, 이 사건에도 수련원 R씨가 깊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련원 관계자는 "L 원장이 수련원 업무에 익숙해지고 R씨의 비위사실을 적발한 무렵인 2012년 3월경에서야 사회적 기업 운영교육을 다녀온 경리 담당 직원들로부터 '강사료는 사회적 기업 수익금으로 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입 항목에 '강사비' 항목이 없고 성균관에 강사비로는 세금계산서 발급이 곤란하기 때문에 성균관에서 받은 강사비를 회계처리 없이 현금(일부는 통장으로 지급)으로 직접 사용했지만, 이는 원장의 지시가 아니라 기획실장 R씨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했다.

2013-03-09 08:07:03 / 김용호 기자(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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