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산하 별도법인 (사)한국선비문화수련원(이하 수련원)이 지난 4일 자로 영주시에 '삼판서 고택 위·수탁 협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양측은 지난 2011년 12월 7일 협약했고 기간은 2012년 1월 1일부터 2014년 12월 31일까지 3년간이었다.

그런데 이번 조기 협약 해지 통보가 알려지면서, 개관 당시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으로 지적됐던 '삼판서 고택'에 대한 영주시의 파렴치한 꼼수행정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삼판서 고택'은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세 분의 판서가 연이어 살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조선 개국공신인 삼봉 정도전(鄭道傳)의 생가로 많은 학자와 명신(名臣)을 배출했고 경향 각지 선비들의 교류로 명성이 높았다.

이런 유서 깊은 삼판서 고택을 영주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지난 2008년 10월 현재의 구학 공원에다 중건했다. 선비 도시의 랜드 마크로 삼아, 500여 년 조선시대를 이끌어온 정도전의 유교적 민본 정치이념을 부각시키고, 면면히 이어져온 선비정신을 재조명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개방조차 하기 힘든 문제점이 도출됐으며 관리 방안을 두고 발생하는 끝없는 말썽과 잡음 등으로 영주시는 오히려 문을 닫아걸고 쉬쉬해야만 했다. 2012년 6월 16일 개관식을 하기까지 무려 4년여라는 시간이 지났다. 뜻있는 수탁사업자가 나서지 않는 한 시가 직접 관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관리 소홀에 따른 지역 여론은 신랄했다.

삼판서 고택에는 냉난방 시설과 샤워시설이 없어 숙박체험이 불가능했고 외부 행사를 유치하는 마이스(MICE) 사업은 턱없이 협소한 내부공간으로 말미암아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지 않은 운영 자금까지 들어가야 하기에 2011년 민간위탁 공모 당시 나서는 곳이 전혀 없었다.

삼판서 고택 관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영주시는 시설 개보수를 전제로 수련원에 손을 내밀었다. 수련원 측은 영주시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들였고, 결국 민간위탁 공모에 응모 곳은 단 한 곳밖에 없었다. 그러나 영주시는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약속한 시설보수를 하거나 개선한 사실이 없다. 영주시의회의 예산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게 이유이다.

한편, 이런 속내를 모르는 일부 시민과 특정 언론은 수련원 측에 삼판서 고택을 개방·활용하라는 일방적 공격과 활성화 의지 없이 시설을 방치하고 있다는 끝없는 비난을 지금까지 막무가내로 퍼부어왔다.

삼판서 고택에서는 수련원 자체 프로그램과 선비아카데미, 고택 음악회 등 각종 내·외부 행사가 지속적으로 개최됐다. 수련원은 삼판서 고택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입소 단체에 왕복 버스를 제공하면서까지 교육프로그램, 전시, 공연 등의 행사를 개최해 왔다.

이번 (사)한국선비문화수련원의 '삼판서 고택 관리 계약해지' 통보는 수련원 운영을 중단하고 철수하는 데 필요한 행정상 사전 절차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K씨는 "영주시는 은근슬쩍 남에게 떠넘겼던 골치 아픈 애물단지 하나를 고스란히 그대로 다시 돌려받았다"며 "도무지 책임감이라고는 없는 이런 행위는 전시행정에 눈이 멀어 일은 저질러 놓았지만, 장기간 수습할 수 없게 되자 타 기관을 방패막이로 끌어들인 민선 지자체의 있어서는 안 될 어이없는 꼼수가 아녔느냐!"고 말했다.

2013-09-09 20:26:24 / 김용호 기자(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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