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행정심판위원회에 지난 4일 서울 명륜동 소재 성균관이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위·수탁 협약해지 관련 '행정심판청구서'와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위원회는 즉각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영주시의 행정처분 시행을 중지토록 했다.

영주시장은 성균관의 행정심판 청구내용에 대한 답변서를 10일 이내 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제 처분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심리만 남았는데, 지난 8월 29일 해지를 통보했던 영주시는 이번 청구·신청을 내심 기대한 듯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이는, 애초 성균관에서는 행정절차법조차도 어겨가며 강행한 영주시의 해지조치에 대해 이의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7일 전면 철수한다는 방침을 세웠었기 때문인데, 이렇게 되면 영주시로서는 성균관 네임브랜드 상실은 고사하고서라도 당장 연말까지 예약자 피해, 수련원 운영과 시설관리, 수련원 기존 임직원들의 실직 등 해결해야 할 후속과제가 매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성균관과 영주시는 지난 2010년 12월 7일 영주시 순흥면 청구리 377번지 소재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위·수탁 운영협약을 체결했다. 기간은 2011년 1월 1일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이다. 영주시는 성균관 전임관장이 실정법을 위반한 것과 수련원 운영을 위탁받은 (사)한국선비문화수련원 L 원장이 업무상 횡령으로 기소되어 재판이 시작되자 이를 문제 삼아 위·수탁협약 목적을 달성을 이룰 수 없다며 규정 위반과 언론의 악화에 따른 이미지 실추 등을 해지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영주시는 그동안, 성균관에 해지통보는 했지만, 성균관과 결별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며, 법에 따라 90일 이내 심판청구를 하면, 60일이 소요되는 재결 때까지는 협약만료기간인 연말이 자연 도래되고, 이 기간이면, 악화한 언론을 충분히 잠재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수련원 원장이 죄가 없다면 무죄를 입증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내년 위탁공모에 다시 참여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줄곧 보여 왔다. 한마디로 스스로 살아서 돌아와 달라는 비겁한 꼼수였다.

성균관의 이번 방향 선회는 일자리를 잃게 된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임직원들의 탄원서가 주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수련원 임직원들은 성균관에 탄원서를 보내 그동안 쌓아 올린 노력과 성과를 뒤로 한 채 무책임하게 철수하지 말 것을 요구했으며 4일에는 영주시장에게도 탄원서를 보냈다. 지금까지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은 운영법인을 선임토록 한 위·수탁협약서 제11조에 따라 근로자를 별도로 고용했다.

한편, 영주시가 이번 해지 처분에서 가장 큰 이유로 삼은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사건의 선고 결과는 행정심판위원회의 판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31일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에서 수련원 L 원장을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한 지 10개월이 다 됐지만,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오는 10일 한 차례의 공판과 17일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지금까지 무죄를 주장한 변호인과 유죄의 입증을 자신하는 검찰의 치열한 공방이 진행됐고, 검찰은 공소장을 2차례 변경하면서까지 집요하게 유죄를 입증하려 하고 있다.

수련원 직원 A씨는 "수련원 임직원은 영주시와 성균관 사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바, 영주시와 성균관은 이를 간과했다. 행정심판위원회의 즉각적인 인용은 지극히 올바른 판단이다"며 "수련원 임직원들은 영주시의 급작스런 성균관과의 협약해지 조치로, 그간의 모든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더욱이 아무 대책 없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될 처지에 직면했다"고 했다.

2013-10-06 17:05:00 / 김용호 기자(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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