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폴리텍대학 영주캠퍼스 안 영필교수(스마트전자학과 )

성남의 80대 할머니가 한평생 채소 노점상을 하며 모은 전 재산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했다.

수십 년간 새벽 같이 일을 시작하던 홍계향 할머니는 전 재산 기부도 모자라 "남은여생을 봉사하며 살겠다"며 아침 일찍 거리로 나와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홍계향 할머니는 가지고 있는 돈이 아니라 기부금을 보낸 은행송금장을 자신의 진짜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에 사는 달동네 할머니들은 올해 1월부터 '과일잼'을 만들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 300가구에 나눠주기 시작했다. 올해만 벌써 소년소녀가장 등 300가구에 전달했다.

74세 이상의 할머니들은 "사람들이 기부하면 연말에 큰돈을 내놓는 것만 생각하지만, 마음만 있으면 적은 노력이나마 언제든지 기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마 이들에게 나눔은 생활이고 삶의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사람들에게 ‘기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대다수가 "여유가 없어서"라고 답한다. 물론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대가 없이 기부한다는 것이 마음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대부분 기부를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 성남 채소가게 할머니의 거액 기부나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보면서 자신과는 먼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눔은 다른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눔의 근본정신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려는 이타적인 마음에서 출발하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기부가 주는 만족감과 함께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좀 더 좋게 만들려는 순수한 인간애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나누기 어려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인가 공동체를 위해 기여한다는 생각이 들 때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해 더 높은 애정과 자긍심을 가지게 된다. 또한, 개개인 모두 사회적 책임감을 다 했다는 만족감이 높아 더욱더 성실한 삶을 영유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행복의 최댓값을 높이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부를 나누려면 절대적인 행복총량부터 키우고, 후에 분배를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행복총량만을 늘리려고 한다면 그 과정 속에서 소외된 많은 사람들이 불행감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어떤 방법을 쓰건 모두를 만족시키는 분배란 없는 법이다. 따라서 행복은 최댓값이 아니라 최적의 값을 구할 때 생겨난다고 할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른 행복의 기준이 있고, 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 빈곤계층에게는 기초적인 삶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생활의 안정과 이웃이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마음을 전해주고, 부유층은 사회로부터 존경과 인정을 받을 때 행복감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나눔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나눔을 실천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마음이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식당이나 대중시설 한편에 놓인 모금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곳에 작은 정성을 보내줄 수 있고, 가게 주인은 매출의 일정액을 기부하는 ‘착한 가게’로 참여하고, 직장인은 월급에서 1,000원을 좋은 일을 위해 나눌 수 있다.

연말연시에만 일회적으로 동정적인 시혜의 손길을 보내기보다 일상 속에서 꾸준히 나누는 삶 속에서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행복의 최적값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더욱더 견고한 공동체적 행복을 만드는 길이다.

2014-10-21 22:48:52 / UGN경북뉴스(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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