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오령교(五靈敎)' 교주 논란을 일으켰던 서정기 성균관장이 최근 스스로 오령교 교주임을 자처해, 그동안 속을 앓던 국내 유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서 관장은 "오령은 이상세계의 상징… 다섯 가지 영물이 나오면 새 시대의 성인이 나와 평화로운 태평성대를 누리게 된다"며 "우리 유림은 오륜의 정신으로 오령의 시대를 기다리는 철학자이며 종교인이기 때문에 성균관장이란 당연히 오령교의 교주가 아니겠는가"(모 뉴스저널 11월호)라고 밝혔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이일로써, 우리나라 7대 종단 가운데 하나이자 한국유교의 총본산인 성균관의 수장으로 있는 서 관장은 앞으로 한국유림의 대표자 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조차 가늠할 수 없게 됐다.

다수 유림들은 유교 교조인 공자의 사상보다도 자신이 세계 최초로 창시했다는 오령설을 주장하고 성현의 반열에서 선전·설파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의 행태라 크게 반발하며 지금까지 서 관장을 오령교 교주로 지목하고 있었다.

특히, 시대착오적인 뜬금없는 괴설로 공맹을 비롯한 성균관과 각 지방 향교에 배향된 39위 성현대유(聖賢大儒)의 경건성을 무너뜨리려는 것은 지극히 야만스런 이단적 폭거(暴擧)라며 수습을 위한 조용한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발언에 대해서는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 “경박한 언행이 빚어낸 성균관 최악의 위기상황이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집무실을 폐쇄하는 실력행사를 해서라도 물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강경한 반응이다.

서 관장이 신흥종교 교주 논란에 휩싸인 것은 올해 3월 신임 성균관장에 선출된 직후 대성전에서 '도덕부흥운동' 행사를 하면서, 악단을 동원해 자작했다는 '도덕부흥가'를 연주하고 가무(歌舞)를 하면서부터다.

당시 이런 행위는 유림을 경악케 했는데, 이는 성균관 문묘 대성전은 유림의 성역으로서 유사 이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성현에 대한 제사 등을 제외한 일체의 행사를 경건히 금해 왔기 때문이다.

서 관장은 취임 후 자신의 서예작품전이라며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전시실에서 오령설을 선전하는 '오령서전'을 개최했다. 대만 신흥종교 국내 총책(교주급)을 자문위원장으로 새로 임명하거나 다른 종교 전공자를 신임 총무처장과 추기석전준비위원장에 임명하는 등의 정관위반으로 마찰을 빚었다.

총회 승인 예산안은 지키지 않은 채 오령설과 개인선전에 막대한 돈을 임의로 사용해 이미 예산을 바닥냈고 기존직원을 대폭해고하고서도 직원급여를 지급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자 이제는 유교박물관 건립을 위해 매입한 토지 일부의 처분에 관한 권한 일체를 위임해 달라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는 공분을 사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전국 유림들에게 헌성금을 내달라는 서신을 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한편, 서 관장이 주장하는 오령설은 오령이 실제 출현하는 이상세계를 건설하자는 것으로서 오령은 용(龍)·봉(鳳)·난(鸞)·인(麟)·거북(龜) 등 5가지 동물을 가리키며, 신성한 세계를 영원히 경영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공자가 이루지 못한 이상세계를 자신의 오령설을 기반으로 한 '도덕부흥운동'으로 이루겠다는 뜻이지만, 정작 오령설은 방문좌도(傍門左道)로 치부받고 있다.

이에 대해 서정기 관장은 "성균관장을 오령교주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부정하지 않는다. 오령을 염원하는 오령설의 대중화를 선언한 것으로서 나의 업적은 후세가 평가할 것이다"며 "공자는 윤리사회가 완성되면 영물이 나온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오령의 이상세계를 발견했다. 유교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오령을 기다리는 우리 1천만 유림은 오령종교인으로서 행복한 윤리사회를 건설하는 민중유교로 가야한다"고 했다.

2014-11-04 08:09:35 / UGN경북뉴스(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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