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에는 다음과 같은 성질이 있다.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사람이라면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고유성을 지니고 있다. △일시적으로 누리는 권리가 아니라 항구적이다. △정부 권력 등 외부의 침해를 당하지 아니한다는 점에서 불가침성이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인권 문제… 구체적으로는 '프라이버시 권리'에 관련한 취재를 마무리하고자 '영주시 CCTV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한 날! 마침 이날은 내년 1년간 근무하는 기간제 CCTV 관제요원 공모 기간의 마지막 날이었다.

CCTV 관제실과 분리된 담당 공무원들 별도의 근무공간은 신청서를 제출하는 시민들로 무척 분주했다. 한 중년여성은 "우리 집에는 아이가 둘이나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힘겨운 살림에 한 푼이라도 벌어 기숙사비에라도 보태야지요!"라며 부서팀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했다.

이 여성은 전에도 기간제 CCTV 관제요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이 여성이 영주시에 다시 채용되면, 연중무휴 24시간 운용되는 관제실에서 4조 3교대 형태로 1년간 일하게 된다. 근무시간 8시간 내내 자신의 모습 일거수일투족이 관제실 내부에 설치된 고해상도 CCTV를 통해 공무원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됨을 또다시 감내하면서…

영주시 CCTV 통합관제센터는 학교폭력예방, 시민 보호, 문화재 및 주요시설물 보호 등을 목적으로 공무원 3명과 파견 경찰관 1명, 기간제 근로자 24명이 관내 500여 대의 주요 CCTV를 관제하고 있다.

관제실 내부 CCTV는 주로 공무원과 경찰관이 퇴근한 이후부터 다음 날 출근하는 오전까지 관제요원들의 야간근무 모습을 정면에서 일괄 촬영한 후 불량한 근무 태도 동영상을 당사자에게 보여주고 확인서를 받는 데 이용되고 있다.

영주시와 관제요원이 체결하는 1년짜리 근로계약서(개인영상정보 저장 동의서 포함)에는 3회 이상 근태에 따른 지적 또는 확인서를 제출하게 되면 관제요원 자격박탈 및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프라이버시 권리'는 개인의 사적인 영역을 침해받지 않는 권리다. 프라이버시 권리에는 이름이나 사진의 도용, 주거 침입이나 통신 도청 및 무단 촬영, 명예 훼손 등이 포함된다. 사생활 보호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진보해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영주시는 한정된 예산 범위에서 시행하는 CCTV 통합관제센터 운영을 시정 능률의 극대화로 오인하고 기간제 관제요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상호 거래(근로계약)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특히, 이를 볼모로 최저 시급에 지나지 않는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시민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도록 제도화하는 관료주의적 횡포를 일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과 제16조 제1항을 따르면 '계약 및 이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와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우' 개인정보 수집이 허용된다. 영주시의 경우를 불가피하다고 볼 수는 없으며 최소한의 개인정보 수집이라고는 더더욱 볼 수 없다.

내부 CCTV를 통한 관제요원 근태관리는 공무원 극소수로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서 촬영을 통한 감시와 지도 외에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근태를 정면에서 촬영하는 것은 최소한의 사항이 아니라 최대한에 해당하는 개인정보 수집일 것이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과 제16조 제1항에 배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권은 사람을 지극히 존중하는 정신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주체적 권리를 제도화한 것이다. 즉, 개인적인 공권이다. 특정한 시대와 사회적 조건에서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아가야 할 자유와 권리의 문제이기에 사회의 변천에 따라 항상 새로운 과제가 대두한다.  

지자체의 주인은 시민이다. 보편적 삶을 추구하는 가난한 시민들의 인권이 관료주의적 관행 때문에 뒷전으로 물려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결코 사람 위에 사람이 없고 사람 밑에 사람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영주시의 '시민이 주인이다'는 슬로건에 걸맞은 시급한 개선을 기대한다.

2016-12-14 23:30:33 / UGN경북뉴스(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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