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침체와 대형마트의 진출로 서민경제의 중심인 전통시장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안동중앙신시장도 살아 남기위해서는 내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4년 재래시장의 현대화를 촉진하여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경상북도는 이 특별법에 근거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300억을 들여 83개 시장에 시설개선을 지원했다. 2004년부터 지원체계를 갖추고 본격 지원한 결과, 시설을 종합적으로 고친 시장의 경우 매출증가와 고객만족도가 크게 향상되고 빈점포율이 감소하는 등 부분적으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경북도는 올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월 2회씩 총24회의 계획을 세워, 1회당 80여 명의 전통시장 장보기 체험단을 모집해 참가비 없이 무료로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통시장 상인들은 생색내기에 불과한 전시행정이라고 비난하는 반면, 행정당국은 전통시장에 대한 예산과 행정적 지원을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전통시장 장보기 체험 행사에 참가한 주부들은 한결같이 전통시장에 구입할만한 특색 있는 상품이 없고, 점포내부의 불결한 위생관리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물건은 사지 않고 눈요기만 하고 스쳐가는 행사로 변질되어 가는 형국이다.

이런 이유로 전통시장 장보기 체험코스로, 참마특구지역, 안동간고등어가공공장, 풍산김치가공공장 등 안동을 대표하는 원조 특산품 생산지로 바꿔 보는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행사를 추진한 경북도도 체험소감에 대한 엄격한 분석이 없었고, 전통시장이 개선해야할 점과 부족한 점을 정확하게 지적하지 못해 일회성으로 끝나 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안동 중앙신시장은 1964년에 개설된 경북북부지역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이다. 시장내 점포수는 336개(상인회가입90%)에 노점상이 50개에 이른다.

안동 중앙신시장은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디자인과 기능으로 안동의 특색을 잘 살려 설계되었다는 평가와 함께  전국 전통시장 담당공무원 및 상인들의 벤치마킹 코스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정부에서 지원한 환경개선 공사에 대한 자랑이지 전통시장 본연의 특색 있는 콘텐츠와 상인들의 무형의 자산인 서비스 정신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지난 2004년부터 지금까지 투자된 금액과 확정된 예산은 무려 150여억 원, 단순 산술적인 계산으로 한 점포당 4천5백만 원 꼴로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다.

반면, 상인들은 돈과 재산을 움켜쥔 채 자기 점포 내부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고 장사 안 된다며 정부에 기대기만 하는 비합리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특별법'으로 막대한 지원을 받았으니 이젠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제는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담당부서 공무원도 환경개선 사업이 끝났다고 할일 다 했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은 버리고 지속적인 관심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역특산품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응용제품이 탄생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안동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한 전국최고의 소고기국밥집, 참마를 활용한 부침개, 구이, 무침, 간고등어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리, 안동음식만으로 구성된 퓨전요리 등 고정관념을 벗어난 창의력을 동원해 민관이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무늬는 전통시장, 실내는 최고급 인테리어, 다시 말해 한옥 형태를 가진 양옥집으로 상인들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하드웨어 부문이 자치단체 주도로 이루어 졌다면 소프트웨어 부문은 상인 각자의 몫이다. 전통시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훈훈한 인심과 소박한 삶의 향기가 베어나야 한다. 물건을 구입하고 덤으로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다면 전통시장은 침체기에서 벗어나 활로를 찾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2009-02-15 17:44:38 / 이상우 기자(lsw@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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