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연휴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3일 오후, 안동시 풍천면 도양2리 참외작목반(회장 이기형) 회원들이 접붙이기 한 모종을 상토(모판흙)가 담긴 포트에 옮겨 심느라 분주하다.

대부분의 일반 농가들이 휴농기를 갖는 12월이 되면 풍천면 도양2리 주민들의 손길은 바빠진다. 겨울의 시작과 함께 참외와 호박의 순을 접하고, 다음해 1월 아주심기(온상에서 기른 모종을 밭에 심는 일) 해 정성들여 기른 다음, 4월 중·하순 경 첫 출하를 시작으로 10월까지 참외 생산 및 재배로 쉴 틈이 없다.

20년 전 소일거리 삼아 시작한 도양2리의 참외 농사는 현재 이곳에 사는 1백여 세대 중 절반 이상이 참외 작목을 전업으로 삼을 만큼 그 규모가 커졌다. 한 세대가 벌어들이는 연간 수익이 적게는 5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정도로 마을주민들에게 엄청난 농가소득을 안겨주고 있다.

이곳 도양리의 참외는 높은 지대와 큰 일교차 영향으로 색구분이 명확하고 당도가 높으며, 육질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우수하다. 참외하면 성주라 하지만 저장성만큼은 성주참외도 도양리 참외를 따라 올 수 없다고 한다.

더구나 도양리 일대 대부분의 땅은 참질토여서 물빠짐이 좋고 영양분이 풍부해 작물 재배에 가장 알맞다고 알려져 있으며, 또 친환경 유기농 비료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맛과 당도는 단연 전국 으뜸이다.

도양2리에 세워진 참외 재배 비닐하우스 200여 동의 주인은 제각기 다르다. 하지만 일거리가 있을라치면 모든 주민들이 한 데 모여 공동으로 작업을 한다. 하루 온종일 작업과 식사를 같이 하며,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의 가정사를 서슴없이 털어놓는 모습에서 우리네 옛 풍속인 품앗이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도양2리 주민 천기수씨는 "이렇게 모여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작업 능률뿐만 아니라 이웃끼리 정도 더욱 돈독해져, 주민화합이 잘 된다."며 주민 간 친목을 과시했다.

한편, 2008년까지 변변한 당도선별시설이 없어 품질 좋은 참외를 생산하고도 제값을 받지 못했었는데, 지난해 선과장을 새로 준공하면서 당도, 크기, 모양에 따라 선별 작업이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하늘고운 참외'라는 이름으로 대도시 물류센터 뿐만 아니라 일본 및 동남아 등지에도 수출길이 열리게 됐다.

아쉽게도 안동참외의 품질의 우수성이나 브랜드 가치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시의 지원이 그다지 많지 않다. 참외분야 일류라는 성주의 경우 정부나 군청에서 상당한 지원을 받고 있는 반면 안동은 출하시 상자값 일부와 비료구입비 약간이 전부다.

이곳 풍천면에서 면장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 권백현 씨는 "이곳 도양리 참외가 맛있는 이유는 우수한 토질, 풍부한 일조량, 유기농 비료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만든 참외를 누군가 맛있게 먹는다'는 생각에 밤낮없이 일하는 농부의 정성어린 땀과 노력이 가장 큰 이유"라며 주름진 얼굴로 환하게 웃어보였다.

              <관련사진>

2010-01-03 20:59:34 / 권달우 기자(dalu80@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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