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계(蘭溪) 김옥근(金玉根, 77세) 옹의 저서 난계시고(蘭溪詩稿) 출판기념회가 6일 오후 2시 안동향교 3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김휘동 안동시장을 비롯해 김주현 전 경북교육감, 이동수 청년유도회 중앙회장 등 경북북부지역의 유림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에 발간된 난계시고(蘭溪詩稿)는 상미장학회(회장 김광진)의 창립자이자 유학자인 난계(蘭溪) 김옥근(金玉根, 77세) 옹이 평생 동안 모아둔 글을 역어 만든 책이다.

저자인 난계 김옥근 옹은 일본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해방 후 귀국해 서당에서 한학(漢學)을 수학했으며, 이후 신학문을 배우기 위하여 도시로 나가 대학교육까지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던 중 부친의 작고로 낙향, 노모와 함께 유거생활을 하며 유림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또 지난 1978년 경향각지 출향인사 및 지역인사들의 도움을 받아 길안면 소재에 상미장학회를 설립했으며, 지금까지 장학금을 수혜 받은 지역출신 학생만 해도 300여명.

장학회는 이런 훌륭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홍보사업의 일환으로 회원들의 성금을 모아 이번 문집을 발간하게 됐다.

김휘동 안동시장은 자리에서 "오늘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경칩을 맞아, 난계시고의 출판이 잠자고 있던 위대한 안동 정신을 일깨워주는 시간이 된 것 같아 뜻 깊다."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번에 출간된 난계시고는 선생이 평생 동안 남긴 주옥같은 한시 300여수가 실려 있다.

그는 책에서 퇴계(退溪) 이황 선생 탄신오백주년기념 도산별시운 '앙모대현(仰慕大賢)'이란 시를 남겨 안동 유림들의 극찬을 받았다.

이 시문집은 5권 1책으로 엮어져 있으며, 선생이 평소 직접 쓴 글인 본원고(本原稿) 제1·2권과 제3권에는 아호시운(雅號詩韻, 난계라는 선생의 아호에 대한 유림선비들의 찬시)이 실려 있다.

특히, 저자가 생활근거지에서 그 당시 높은 선비 어른들의 시편(詩篇)을 모아 놓은 제4권 유거운(幽居韻)은 이 책의 압권 중 압권이다. 이 부분의 품격 높은 시구는 '기승전결구'를 연구하는 이들의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 5권에는 난계선생의 회갑잔치 때 하객들이 보내온 축시, 이른바 수연시(壽宴詩) 200여수가 부록으로 제책(製冊)돼 있다.

난계 선생은 "여러 작품들이 그때그때 출판되어 나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출판하게 된 작품은 그동안 원고들이 상자 속에 숨겨져 있다가 책으로 엮어져 향당(鄕黨)에 나오게 된 데에는 무어라고 말할 수 없다."라며 선비로서의 겸양한 마음을 내비쳤다고 한다.

한편, 선생은 지난 2008년 '무자년국회(戊子年國會)'란 글을 통해 어지러운 국정을 탄식하는 글을 지어 국회로 보내 정치의 바른길을 인도하기도 했다.

戊子年國會(무자년국회)

人世紛紛寸刻爭  세상은 어지러워 촌각을 다투는데

日程虛費國堂情  일정을 허비하는 국회의사당의 사정이네

目張揚臂攻防勿  눈을 부릅뜨고 팔을 걷어 부치며 공방만 하지 말고

經濟回生百姓生  경제를 회생시켜서 백성들을 잘살게 하라

黨利派諍今古弊  고금으로 폐단은 파벌 다툼인 것이요

折衷民主是非聲  옳고 그른 소리 절충은 민주적으로 하여라

黎元窘塞忙年暮  서민들은 군색하고 연말은 바쁘게 저무는데

駒隙光陰戊子行  빠른 세월은 무자년도 지나가고 있네.

               <관련사진>

2010-03-06 15:41:48 / 권달우 기자(dalu80@ugn.kr)

권달우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