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술력과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진 (주)소디프신소재(이하 소디프)가 최근 핵심기술 유출사건으로 시작된 경영권 분쟁으로 말미암아 경북 영주 공장의 산업기반을 송두리째 잃어버릴 수도 있는 창업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오는 26일 영주에서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소디프는 최대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이하 DCC)과 사운을 건 경영권 승부를 가리게 된다.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소디프의 현재 경영진은 거대자본을 가진 DCC 측의 새로운 운영진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관련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사운을 걸었다는 점에서는 DCC도 마찬가지다. DCC가 법원에 신청해 열리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DCC 측이 소디프의 경영권 확보에 실패하고 진행 중인 검찰의 조사를 현 단계에서 취하하지 못하는 등 기술유출사건이 사실로 드러나면 DCC는 민형사상의 책임은 물론 매출액의 3~5%에 해당하는 1,000억대의 기술료와 발행한 1천 만주 정도의 주식 1주당 1만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소디프에 지급해야 한다.

현재, DCC는 군산의 자사 공장에서 연간 26,000톤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2조 6,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액이다. 첨단 폴리실리콘 생산기술은 태양광발전산업시설과 관련한 전도유망한 핵심 신기술로 DCC는 2010년까지 소디프 대표의 경영권을 보장하겠다고 2005년 주주계약서에 명시한 바 있다.

DCC는 2006년에 공동경영을 시작한 이후 소디프의 핵심기술이 있어야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을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며 소디프로부터 첨단 NF3·SiH4와 폴리실리콘 생산 등에 관련한 P&ID 현황을 계획적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이로 인해 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고 소디프 측은 법원에 DCC를 상대로 '의결권금지처분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지난해 소디프 측이 DCC가 회사의 첨단기술을 빼돌린 확실한 정황을 포착하고 DCC 측에서 추천한 인사를 경영진에서 해임하자 DCC는 강하게 반발하며 보유 중인 소디프 전환사채(CB)까지 주식으로 전환해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소디프의 창업주인 이영균 총괄사장을 압박해 왔다.

DCC는 백우석 대표 등 3명을 소디프의 새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DCC의 보유 지분(36.77%)이 이영균 사장의 지분(14.51%)을 크게 앞서 추천 이사들이 그대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소디프는 고도기술이 집약된 고부가가치제품을 생산하는 세계최고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보유한 알짜기업이다. 산업의 오지였던 경북 영주에 향토기업으로 자리를 잡은 지 22년째를 맞았다. 같은 회사인 B&F·E&T와 더불어 주민의 땀과 노력으로 일궈낸 영주지역의 소중한 재산이자 자랑거리다.

특히, 지난 1991년에 설립한 B&F(전, 에이스 햄)는 김진영 전 영주시장이 국회의원을 역임할 당시 영주지역의 축산계열화 사업과 지역고용촉진을 위해 창업한 회사로 영주의 어머니들이 작은 월급에도 자부심으로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워내게 한 소디프의 진정한 주인이다.

DCC 측은 소디프와의 분쟁이 영주지역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하며 주민의 강력한 반발이 일어나자 회장이 영주시청 기자실을 직접 방문해 경영진이 교체되어도 소디프의 산업기반이 군산으로 이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각서라도 쓰겠다고 강조하며 지방언론 본사들을 기습적으로 후원하는 등 여론을 호도하고자 전방위 물밑 교섭을 벌인 바 있다.

최근, 폴리실리콘 생산기술은 중국과 인도 등 일본을 비롯한 제3국으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DCC는 자사의 군산 공장 폴리실리콘 생산 첨단기술이 국내 굴지의 또 다른 기업으로 유출되자 이 사건에 관련된 간부 직원을 고발해 구속한 상황이다. 이 간부 직원은 소디프의 핵심기술을 유출한 1등 공신이며 DCC의 폴리실리콘 기술내용과 완성의 배경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라고 알려졌다. 

관계자는 "DCC 측 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서 총괄 지휘하는 동안 소디프는 기술유출의 음모를 눈치 채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라며 "이대로 DCC에게 경영권까지 빼앗긴다면 자신들의 용도와 목적으로 이용되다가 버려지는 빈 껍데기와 영주공장식구들의 희생만 남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2007년 초 DCC가 영주의 실란 공장을 군산으로 옮기려는 계획을 실행하려던 이면에는 알짜배기 기술은 자신들이 흡수해 군산으로 옮기고 문제가 터지면 영주 소디프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무서운 음모가 있었다."라며 "이러한 비열한 행동을 너무나도 쉽게 자행하는 DCC에게 세계최고의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소디프와 영주공장식구 등 영주지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2009-02-14 21:07:45 / 김 용호 기자(yaho@ugn.kr)

김 용호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