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누구의 팔입니까?" 문창호를 뚫고 주먹 하나가 불쑥 들어온다. "그야 너의 팔이지!" "어째서 그렇습니까? 지금 이 팔은 방 안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현명하고 총명한 한 아이가 이웃집에 넘어간 감나무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엄히 따져 묻는 일화로 어린이들의 이야기책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오성과 한음의 이야기다.

이는 단지 '소유'의 문제를 떠나 이웃 간의 '소통'의 문제를 말하는 것으로 이야기의 결론은 감나무에 잘 익은 감의 주인도 찾고 이웃 간에 정을 쌓아 오순도순 나눠 먹었다고 끝맺는다.

이리하여, 백두대간의 양백지간 소백산을 등에 엎은 선비의 고장 영주시의 기특한 현대 오성과 한음은 담장을 허물고 있다.

전 지구촌이 녹색성장과 그린시티 건설을 위해 노력을 다하는 가운데, 경북 영주시(시장 김주영)는 범시민 운동으로 전개하는 담장 허물기 운동과 그린파킹 사업으로 '녹지공간의 증대', '여유로운 도시 공간 창출', '도시공동체 회복을 향한 도시 디자인'의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었다.

대문과 담장이 사라지고 골목길에 여유주차공간이 생겨 훨씬 넓어 보인다. 이것은 영주시 주택가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으로 골목길에 주차된 차량이 대문을 헐고 집안으로 들어가 도로혼잡의 개선은 물론, 담장을 허물어 이웃과 만나는 정겨운 풍경들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린파킹사업이란 주차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택가 담장과 대문을 허물어 집 안 마당에 차를 세울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영주시는 지난 2007년부터 그린파킹 사업에 동참하는 가구에 공사비용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도시미관 발전에 기여토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온 결과 주거환경 개선사업과 그린파킹 사업의 결과물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대문과 담장 허물기를 망설이는 주민들로 인해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린파킹 사업이 진행되면서 시민들의 참여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영주시는 그동안 내 집 주차장 갖기 사업으로 52개소 580면의 주차 공간을 확보했으며 10개소 77면의 신청을 받아 현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주시에서는 앞으로도 개인건축물과 다세대 주택 등을 대상으로 개인 주차 공간 조성을 원하면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급격한 도시화로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지내는 일이 많았던 사람들이 최근 담장을 허물며 이웃과 많이 가까워졌다는 것이 그린파킹 사업에 참여한 지역민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지난 8월 그린파킹 사업을 완료한 김모씨는 "담장을 허물어 주차공간을 확보한 것은 물론, 이웃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진 것이 기쁘다."라고 했다.

또한, 영주시에서는 그린파킹 사업과 함께 지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휴식공간을 제공하고자 학교 공공기관 담장 허물기와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주초등학교와 영주 중학교를 비롯해 시청과 시민회관, 영주경찰서, 단산면사무소 등 공공기관의 담장을 모두 헐어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하며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영주시의 담장 허물기 운동은 녹지공간의 증대와 여유로운 도시 공간 창출뿐 아니라 도시 디자인의 성공적인 사례로 새로운 보금자리 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차난 해소를 위한 내 집 주차장 갖기 사업과 유휴 공간을 활용한 임시공영주차장 조성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영주시의 사업계획 확충 및 인센티브 확대 등 적극적인 정책적 뒷받침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그린시티로서의 기능과 면모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영주시 관계자는 "담장을 허무는 데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면 내 집 주차장 갖기 사업이 완료된 곳을 직접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라며 "내 집 주차장 갖기 운동과 담장 허물기는 여러 장점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그린시티를 만들기 위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부탁한다."라고 했다.

                         <관련사진>

2009-09-14 21:17:22 / 김용호 기자(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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