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 "과수원 사이로 나있는 길을 땀 흘리며 걸으면서 잘 익은 사과를 보면 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없어요! 도시 사람들이 시골마을 길을 지나다가 사과하나를 땄다고 경찰에 신고하고 밭을 물리는 것이 소문나면 누가 그 지역에 여행 오고 싶은 마음이 들겠어요!"

방청객 "그 사과를 따서는 안 됩니다! 그건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농민에게 큰 피해를 입히게 되지요! 게스트께서는 전국 팔도를 걸었다면서, 그런 마음으로 돌아다녔나요? 길을 걷다가 과원이 있으면 사과를 따 먹고, 밭에 있는 고구마, 감자도 그냥 뽑아 먹으면서 말입니다. 만약, 한적한 곳에서 아녀자를 만나면요… "(재구성)

경북 영주시에서 지난 4일 열린 '소백산 자락 길 주민설명회'가 관계자들의 전문성 부족과 미흡한 준비로 말미암아, 본 사업이 과연 민간단체 주관으로 지속적인 추진이 가능하겠느냐는 냉소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영주상공회의소 3층 대강당에서 오후 2시에 열린 이날 행사에는 영주 부시장과 문화관광 관련공무원, 영주시의회의장과 의원, (사)영주문화연구회, 소백산자락길추진위원회, 주민 등 90여 명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주민설명회를 한다며,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과 전문적 비전 제시는 없이 자신들의 자화자찬을 늘어놓는가 하면 국내 유명관광지와 국외의 세계적인 순례길 등의 현황만 장황하게 설명하는 등 국내 등산인구 문화를 비하하고, 지역 정서를 나무라는 등의 큰 무례를 범했다.

"이번 사업으로 우리 주머니에는 남는 것이 없다."라는 망발을 공식적으로 서슴지 않는 가하면, "첫술에 배가 부르겠느냐?"라며,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식의 발언을 방청객에 내뱉기도 했으며, '소백산 자락 길'의 기본 컨셉트 조차도 제대로 잡지 못해 트레킹과 슬로우 시티 문화 사이를 갈팡질팡했다.

영주시 간부공무원은 특강을 통해, 앞으로 있을 지자체 선거를 의식한 듯 소백산 자락 길과는 무관한 시정만으로 횡설수설하는 등 영주시 공무원은 일당백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재삼 강조해 방청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한, 이날 행사가 열린 영주상의 대강당 좌석은 150석 규모이나 주최 측은 300명 참석을 계획하는 등 애초 90여 명의 참여로 시작한 본 행사는 진행 미숙으로 질의응답 순서에는 불과 30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

특히, 행사를 후원한다는 국립공원관리공단, 단양군, 동양대학교 관계자들은 참석하지도 않았으며, 행사를 마감하는 질의시간에는 기초적인 질문에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성의 없는 자세를 보이다가 방청객에게 호된 질타를 당하기도 했다.

한편, '소백산 자락 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처음 시행한 '스토리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정부시범 사업목적으로 전국 35개 대상지 가운데 선정된 7곳 중 하나로써, 표고 200미터에서 800미터를 오르내리는 고도의 집약된 정보의 걷기 기술이 필요한 지형이며, 소백산국립공원을 통과하는 부분 일부는 현재 통제구역이다.

소백산 자락 길 40.7km는 우리나라 대표적 영남대로인 죽령옛길과 죽계구곡, 소수서원 등 소백산 주변의 경북 영주와 봉화, 강원 영월, 충북 단양을 연결하는 역사문화와 생태가 아우러진 길로써 탐방로 조성, 안내표지판 설치, 스토리텔링 홍보 등 정부차원의 우선적 지원을 받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올해 6월부터 기반시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탐방로를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길이 될 수 있도록 지역단체주관으로 운영하는 등 국비를 지원하고, 지역단체, 도, 시, 군의 협력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 참석자는 "소백산 자락 길은 개발된 것이 아니라 최근에 이름만 붙여진 것으로 대대로 그 자리에 있었으며, 앞으로도 그 자리에 그렇게 있을 것이나 길이란 다니는 사람이 늘기 시작하면 훼손되고 넓어지기 마련이다."라며 "소백산 자락 길을 늘어나는 도보관광 수요와 관광자원 패턴의 변화에 부응하고, 지역적 친환경 녹색관광 상품으로 확충하려면 철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정비와 운영관리의 전문적인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해 탐방자원을 보호하는 등 탐방문화의 시대적 트랜드에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했다.

                    <관련사진>

2010-02-06 23:45:26 / 김용호 기자(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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