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비문화수련원 이 모 원장에 대한 업무상횡령 사건 재판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애초 본 사건은 8월 22일 선고가 예정됐었지만, 선고를 앞두고 구형까지 했던 검찰이 재판재개를 신청해 지난 5일 공판이 재개됐고, 12일 속행됐으며, 오는 26일 선고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지난 5일 공판에서 검찰은 공소장의 일부 혐의사실이 잘못 적시됐었음을 인정하는 한편, 공소사실의 피해자 불특정 문제와 관련, 12일 대한민국을 피해자로 특정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7월 18일 결심공판에서 이 사건의 피해자가 누구냐는 판사의 질문에 한참 만에 '국가로 본다'고 머뭇거리며 답했던 검사는 재판재개 신청 후 열린 공판에서야 피해자를 특정·적시한 것이다. 구형 당시 검사는 공소사실에 반하는 피해자를 특정했지만, 이미 자리를 옮긴 수사검사의 공판카드에 기재됐던 1년 6개월의 양형을 그대로 따랐다.

그러나 공소장변경을 통해 일부 혐의사실을 삭제하고 피해자를 특정함에 따라 재판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재산사건인 업무상횡령 사건에서 피해자 불특정 문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항으로 공소기각의 사유이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자를 대한민국으로 규정할 경우, '민간단체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이 문광부의 보조사업자 또는 간접보조사업자에 해당해야 하지만, 본 사건에서 수련원은 보조사업자나 간접보조사업자가 아니었다. 판사는 공소장변경 승인 여부는 판결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편, 공소제기 후 9개월이 다 되도록 피해자를 특정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건의 실상임에도, 지난 8월 5일 영주시 청문에서 간부공무원 K씨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말하는 변호사를 앞에 두고 결심공판의 검찰 구형으로 보면 유죄가 확실하다고 주장했었다. 청문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검사나 판사, 변호사 모두 알 수 없다고 하는 재판 결과를 자신은 미리 알 수 있다고 강변하는 무지와 배짱이 놀랍기만 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이러한 사정에도,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이 모 원장이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것처럼 기정사실화해서 여전히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모 언론은 지난해 4월 수련원에서 횡령으로 해고된 전 기획실장의 일방적 제보를 바탕으로 20여 차례의 기사를 보도했는데,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보도의 실상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도 의혹이 일고 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수련원 인근 선비촌 S 식당의 실제 운영자로서 성균관 국고보조금 횡령 사건에서 성균관의 교육생을 자기 식당으로 유치하는 대신 국고보조금으로 지급되는 식대를 과다 계상해 돌려주기로 전 기획실장 및 사건 관련자들과 공모한 후, 2009년 9월 이들에게 수천만 원을 건네준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역 주민 K씨는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사건의 실상에 대해 영주 지역의 웬만한 사람은 다들 잘 알고 있다. 다수 언론에 워낙 극명하게 노출됐었기 때문인데, 이제는 과연 이만한 정도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사건이었는지조차 의심하고 있다.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결론이 빨리 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2013-09-15 21:44:46 / 김용호 기자(yaho@ugn.kr)

김용호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