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가 특정 감사를 통해 민간위탁시설 위탁사무와 관련한 계약위반과 범죄혐의를 인지하고서도 계약해지를 않거나 사법당국에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은 것은 공공사무의 본분을 망각한 '범죄은닉'으로서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시가 선비촌 및 선비문화수련원 위·수탁 운영자인 '(주)선비애'의 2014년도 회계 부분 횡령 의혹에 대해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10일까지 10일간 특감을 벌여 가지급금 명목 1억3천1백만 원의 부당지출 사실을 적발했으나 내부적인 '환수 조치'에만 그친 데서 기인한 것이다.

또한, 감사부서는 민간기업의 영업비밀보장을 이유로 감사조치결과를 '비공개'로 결정했고 선비촌 및 선비문화수련원 민간위탁사무 관리부서로서 '기관경고'를 받은 '소수서원관리사무소'까지도 감사내용에 대해 일체 함구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적발된 가지급금은 애초 선비촌 및 선비문화수련원 민간위탁 사업공모 당시 선비애가 시에 제출한 사업제안서에 대한 성실이행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다. 특히 사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 계획의 실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서 사업수행 능력과도 직결된다.

지난 2013년 12월 '시민 주주'와 '향토 시민 기업'을 표방하며 영주 선비촌 및 선비문화수련원 민간위탁 운영사업자 공모에 참여해 쟁쟁한 8개 업체를 제치고 2014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3년간 사업자로 선정된 (주)선비애의 2014년도 1/4분기 회계 규모는 겨우 1,700여만 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도 1/4분기는 사업 준비를 위한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결정적인 시기였음에도 (주)선비애 관계자는 "뭐가 들어오는 것이 있어야 지출할 수 있었을 것이 아니냐?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형편없었을 것이다"고 했다.

더욱이 "돈 드는 일은 못한다" 거나 "공모 당시의 사업계획서는 제출용일 뿐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누가 사업을 줬겠느냐?"는 막말까지 공공연하게 내뱉었다. 이런 어처구이 없는 말들은 곧 그만큼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부실 운영을 방증한다.

세입 근거가 없음에도 오히려 대규모 세출만 발생시킨 (주)선비애의 '초기 사업 준비에 따른 차입금의 변제' 주장은 횡령과 직결될 수 있다. 법조인 A 씨는 "선비애의 행위는 미필적 고의가 아니라 사전에 범죄사실을 강하게 인식한 '확정적 고의' 수준으로 보이고 위탁시설이 혈세로 지어졌다는 점에서 시민들로서는 영주시의 조치를 '은닉'을 넘은 '직무유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영주시는 6월 1일부터 7월 17일까지의 일정으로 관내 총 39개소의 민간위탁시설에 대한 '2015년도 민간위탁사무 정기 감사'를 시행하고 있다.

지역 유림 K 씨는 "지난 집행부의 막연한 지역 이기주의가 빚어낸 웃지 못 할 촌극이다. 적극적인 조치는 계약해지와 고발조치에 해당할 것이나, 관리부서와 윗선의 결단이 따라야 할 문제이다"며 "사법권이 없는 가운데서 도시이미지를 고려하는 지금의 소극적인 처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기와 질투로 과거 사업자를 배척했던 지역 지도급 인사들이 범했던 우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한 번 빼먹고 나간다는 식의 부실 사업자를 감싸는 결과는 더욱 없어야 한다. 시정의 주인은 시민이다"고 했다.

2015-06-08 08:04:28 / UGN경북뉴스(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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