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의대(총장 변창훈) 학교법인 제한학원이 지난 2010년 2월 21가지 징계사유를 들어 파면하고 고소까지 했던 이상호 前 교수가 무려 4년여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

당시 파면사유와 고소내용은 대구한의대총장과 법인이사장보다 더 큰 권한을 가졌던 이상호 교수가 2007년 대학이 추진한 민간투자사업과 관련해 잘못된 판단과 결정으로 대학 측에 손해를 끼치고 사업자 측에 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업무상배임미수 혐의로 기소됐던 이상호 교수는 올해 6월 27일 열린 1심 판결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무죄 선고를 받은데 이어 지난 8일 대구고등법원 제2형사부(김현석 부장판사)가 주재한 2심 판결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의 항소를 기각한 재판부는 '검사가 적정 공사비라고 주장했던 평당 공사비 2,599,777원은 적정한 공사비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건설회사에 이득을 줄 이유나 정황이 전혀 없다'고 간결하게 확정·판시했다.

이번 사건에서 변 총장과 같은 과 R교수는 건축 전문가라고 자처하며 총공사비 항목 중 건축구조공사비를 면적으로 나눈 평당 공사비가 적정 공사비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이렇게 공사비 산정을 하지 않으며, 이러한 사례도 없다.

본보는 지난해 대구한의대가 추진한 경북 봉화군 DHU특화캠퍼스 사업의 사기성을 조명하면서 대구한의대 기획예산팀장이었던 고인 G씨의 업무노트기록과 자료들을 입수하고 대구한의대 실상 보도와 더불어 본 사건을 취재했다.

특히 1심 판결 후 지난 8월 10일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부실 지방사립대학, 신흥종교, 지방토호, 지방행정, 교육계, 언론계, 법조계 등의 문제가 한데 버무려진 한 편의 막장 파노라마라고 보도했다.

지방사립대학의 교수가 총장과 이사장보다 더 큰 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렇지만, 징계사유에는 43억 9천3백만 원밖에 절세하지 못했기 때문에 징계한다는 황당한 내용도 있었다. 이상호 교수가 이끈 정책팀은 70여억 원의 절세방안을 찾아 사업에 적용했었다.

이상호 교수는 파면징계를 당한 후 대구지방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파면취소청구를 했고, 가처분신청과 심사청구가 인용돼 복직됐었다.

본안 소송이 진행되면서 제한학원 측은 전 검찰 직원 K씨를 고용하는 한편, 국내 수위를 다투는 대형 로펌 두 곳과 지역 변호사 수명도 선임해 소송을 진행하고 고소했다.

전 검찰 직원 K씨는 징계사유에 없던 쟁점들을 만들고 사실 관계들을 조작해 법원을 기망했다. 징계 당시부터 이상호 교수에게 누명을 씌웠던 변 총장과 같은 과 L교수와 R교수 등을 비롯한 측근들은 K씨의 사실조작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본안 소송에서 첫 판결은 행정소송에서 나왔다. 당시 행정법원은 21가지 징계사유 중 2가지를 인정해 제한학원의 손을 들어줬고 이후 민사법원에서도 행정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기에 이상호 교수는 결국 대학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제한학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K씨를 고소 대리인으로 삼아 이상호 교수에 대한 민사재판의 결과를 근거로 검찰에 고소했으며 검찰은 제한학원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해 기소했다.

하지만 제한학원의 무리한 시도는 오히려 이상호 교수가 누명을 벗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형사재판에서 민사재판의 판결이 모두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21가지 징계사유를 놓고 다퉜던 민사재판과 달리 형사재판에서는 민사법원이 인정한 징계사유 3가지만이 쟁점이 됐는데, 사실을 조작했던 K씨와 R교수 등은 형사재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민사재판에서의 증언·진술을 되풀이하면서도 위증의 혐의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자신들의 추측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제한학원과 변 총장 측근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이상호 교수 등에게 누명을 씌우고 파멸시키려 했을까? 문제는 돈이었다.

2007년 이상호 교수 등은 기숙사와 연구·강의동 민간투자사업 등 교육시설 개선사업 추진 과정에서 교직원과 학생회 등 대학 구성원들과 협조해 예산절감 노력을 벌였으며 2년 동안 15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적립했다. 150억 원은 적립금 한 푼 없던 법인과 대학의 실정으로 보면 대단히 큰돈이다.

당시 차기 총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이상호 교수는 적립한 150억 원을 교육시설 개선사업에만 투입할 수 있게 했었다.

전 기획예산팀장 고인 G씨의 업무노트기록을 보면 변 총장은 당시 G씨에게 공사비의 10%를 리베이트로 받아 줄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고, 변 총장은 같은 과 L교수를 시켜 기획처장이던 이상호 교수에게도 리베이트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한다.

누명을 함께 썼던 전 기획예산팀장 G씨는 소송 기간 중 사망했고 이상호 교수는 대학을 떠나야 했던 반면, 징계에 참여하고 사실조작에 가담했던 변 총장 측근들은 법인 이사장과 이사, 총장, 부총장, 교무처장, 행정처장 등의 보직을 맡아 승승장구했다.

이들은 공사 리베이트 시도가 불가능해지자 이상호 교수 등에게 누명을 씌워 몰아낸 후 민간투자사업을 중단시키고 이 150억 원을 폐교된 인근 대학부지 매입과 직접발주 공사대금으로 사용했다.

이상호 교수는 "이 사건으로 인해 정말 많은 것을 잃었다.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난 G팀장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G팀장이 남긴 자료 속에 언급된 공사 리베이트와 학위논문 대필 등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고 이것이 대구한의대 같은 지방 사립대학의 현실이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묻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나마 명예를 회복할 수 있어 10여 년 동안 수십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수행해 왔던 번역연구를 사장시키지 않게 돼 천만다행이다"라고 했다.

서울일보 김용호 기자

2014-10-13 10:46:48 / UGN경북뉴스(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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