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산골 간이역, 경북 봉화 승부역은 최근 부쩍 늘어난 방문객들의 발길로 활기를 El고 있다. 봉화군이 감성마케팅의 일환으로 설치한 ‘빨간 우체통’과 ‘사랑의 자물쇠’가 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봉화군은 지난해 12월, 승부역 승강장에 빨간 우체통을 설치하고 대기실에는 기념엽서를 비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연인들의 '사랑의 약속 장소'를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꽃잎'을 주제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 김초희 씨를 초빙해 화분과 꽃잎으로 대기실을 추상적으로 꾸미고, 연인들이 '사랑의 자물쇠'를 걸 수 있는 '약속의 공간'을 마련했다.

김초희 씨는 "꽃잎이 떨어지는 순간과 자물쇠가 채워지는 그 짧은 순간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하고자 순간의 영원성을 기록한다는 컨셉트로 진행했다."라며 "플라스틱으로 화석화한 거대한 꽃잎은 행복한 순간을 기억하고 담아두는 장치로써 감동의 순간을 기념하는 의미로, 자물쇠 설치와 그것을 거는 행위 자체에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라고 했다. 

이번 승부역 '사랑의 자물쇠'는 사람들이 저마다 사연과 사랑의 약속들로 자물쇠를 채우고, 꽃잎을 하나씩 피워 나가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종의 진화하는 형태의 공공설치미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봉화군 관계자는 "시골은 시골 특유의 촌스러움을 간직할 때 비로소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승부역의 멋진 자연풍광과 이곳에 설치된 빨간 우체통, 엽서, 그리고 사랑의 자물쇠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잊고 지내던 추억과 삶의 여유를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2009-10-05 19:52:26 / 김용호 기자(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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