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석 국회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제헌국회 이래 여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왔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법사위원장을 소수 야당 의원이 맡으면서부터 법사위는 정상적 법안 처리를 저지하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국회 선진화를 외치는 이때, 이제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법사위 운영을 집권 여당의 책임으로 되돌려 불필요한 소모적 정쟁을 종식해야 합니다. 책임정치를 완성하고 정치불신, 국회불신을 마감해야 할 때입니다.

1. 법사위는 입법 기능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위원회입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사위 소관 법률안에 대한 심사는 물론 모든 상임위원회 소관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위원회로서 국회 입법기능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상임위입니다.

이처럼 입법부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법사위원회의 위원장을 언젠가부터 여당이 아닌 소수 야당이 차지하게 됨에 따라 법사위원회가 본연의 기능인 체계·자구심사 기능을 뒤로한 채 정치적 목적의 법안 발목잡기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안보, 외교, 경제, 민생과 관련된 중요 법안들이 법사위에서 체계·자구심사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본회의 회부가 봉쇄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회상 정립을 위해 여야가 합의 통과시킨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이 19대 국회부터 시행됩니다. 국회 운영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을 집권 여당에 되돌리는 것이야말로 국회 운영 선진화의 첫걸음이라 할 것입니다.

잘못된 개원 협상을 관례라는 이유로 19대 국회에서도 야당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맡기는 것은 국회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법안 심사기능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2. 법사위가 필수법안 통과를 미루며 법안 발목잡기 도구로 악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과거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여당이 승자독식을 할 때는 물론이었고, 1988년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교섭단체 의석수에 따라 안분할 때에도 법사위원장은 여당 의원이 맡았습니다.

법사위원장이 소수 야당 몫인 것처럼 잘못 관례화되기 시작한 17대 국회 이전만 하더라도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에 한정해서 활동했고, 그 심사는 대부분 신속하게 이뤄져 타 상임위 법안의 본회의 회부를 방해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법사위는 어떻습니까? 체계·자구심사 기능을 넘어 모든 법안의 최종 출구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이라도 법사위원장이 제동을 걸 경우 본회의 법안 회부가 어려운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법사위가 소수 야당의 합법적인 발목잡기 도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여당은 상임위 통과 법안에 대해서도 '의장 직권상정'이라는 강수를 둘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결국 '강행처리, 물리적 저지'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하여 국민의 정치불신, 국회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법사위원장을 소수 야당의 몫으로 했던 지난날의 개원 협상이 국회 운영을 후진적이고 비상식적으로 만드는 단초를 제공한 셈이 되었던 것입니다.

3. 법사위원장은 더 이상 '야당 몫'이 아닙니다

"17대 때에 한나라당도 ‘야당 몫’을 주장하며 법사위원장을 가져가지 않았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혁파해야 할 잘못된 협상의 결과입니다.

17대에 한나라당은 소수 야당이었지만 개원 협상 결과 법사위원장을 맡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한 연유로 18대에도 법사위원장을 ‘야당 몫’이라며 민주당이 맡는 것으로 개원 협상이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17대 국회부터 소수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분명 정상적이지 못한 협상 결과였습니다.

17, 18대 국회를 거치며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게 될 경우의 후진적 국회 운영상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강행처리, 물리적 저지, 의장 직권상정의 반복이라고 하는 후진적 국회 운영상을 반성하고 또 극복하고자 여야의 합의로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을 통과시킨 것입니다.

소수 야당은 의장 직권상정 제한과 필리버스터 제도 도입으로 얼마든지 다수 여당의 독주를 막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17대 개원 당시와 19대를 시작하는 지금의 상황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사정 변경의 원칙'에 따라 이제는 더 이상 법사위를 다수 여당 견제를 명분으로 '야당 몫'이라 주장할 근거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과거 두 번의 잘못된 협상 결과를 '관례'라 단정하여 또다시 "법사위는 야당 몫"임을 주장하는 것은 국회 선진화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요, 후진적 악습을 반복하자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4. 후진적, 비상식적 국회 운영의 혁파는 법사위원회 운영의 정상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이때 상임위를 통과한 모든 법률안의 체계·자구심사 기능을 맡고 있는 법사위원회를 다수 여당의 책임 아래 운영하도록 법사위원장직을 여당 몫으로 원상회복하는 것이야말로 국회 운영의 정상화, 선진화의 첫걸음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입법권을 제대로 수행하여 법사위가 체계·자구심사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이번 19대 국회부터는 반드시 법제사법위원회를 여당 소속 위원장이 이끌 수 있는 원 구성 협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개원 협상이 이루어져 일하는 국회,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19대 국회가 될 수 있기를 충심으로 희망하고, 또 다짐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5월 30일

19대 국회 개원에 즈음하여 국회의원 장 윤 석

2012-05-30 23:28:38 / UGN경북뉴스(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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