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기슭의 천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화학농약과 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고품질 사과재배에 성공한 억대 농가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땅'이라고 평가한 이 농장에 들어서면 사과나무의 잎 색깔부터 남다르다. 석회 유황합제와 천연재료만을 사용해 잎이 회백색을 띠고, 유기물이 풍부해 지렁이가 꿈틀거리며 화학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토양에는 유익한 미생물이 넘쳐난다.

영주시 풍기읍에 사는 김동진(70세) 씨는 봉현면 두산리 자신의 과수원 2ha에서 유기농 사과 재배에 성공해 지난 2008년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김씨는 연간 30여 톤의 사과 생산으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수확기가 되면 전국 유명 유통점 바이어들이 찾아와 샘플을 채취하고 엄격한 검사를 거쳐 고가에 구매하는 등 직접 이마트와 풀무원에 납품하기도 한다.

유기농산물은 화학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다년생작물은 3년, 그 외 작물은 2년간의 전환기간을 준수한 농산물을 말한다.

국내에 3년 전 '기적의 사과' 소개된 일본 아오모리 현의 기무라 아키노리 씨는 무공해 사과를 생산하겠다는 신념으로 10년 동안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사과재배에 성공한 바 있다. 그가 무농약, 무비료 재배를 시작한 것은 농약에 민감한 자신의 아내와 자식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의 농법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91년 아오모리 현에 상륙한 대형 태풍 때문이다. 주변 과수원의 사과 90%가 땅에 떨어졌으나, 기무라의 사과는 80% 이상 그대로 달려 있었다. 오랫동안 실현한 자연농법으로 사과나무 스스로 면역력을 높이고 외부환경에 저항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기무라의 사과는 ‘합격사과’라는 이름으로 수험생 가족들에게 높은 가격으로 팔렸고, 지금은 소비자들이 사과구매에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서 배송한다고 한다.

일본 '기적의 사과'보다 앞서 국내 사과 유기재배를 시작한 김동진 씨도 남다른 아픈 사연을 가슴에 묻고 있다. 2만 평의 과수농사를 짓던 김씨는 15년 전 극심한 우박피해로 사과를 수확 못 하고 외상 농자잿값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농약과 비료를 구매할 수 없어서 친환경농업을 시작했다.

소백산 주변의 환경이면 농약 없이도 농사를 충분히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신념이 된 김 씨는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고 연구를 거듭한 후에서야 마침내 국내 사과분야 최초로 유기농산물 인증을 취득했다.

20대 초반 농사에 뛰어들 무렵 보급된 파라티온을 살포하다가 중독되어 3일 만에 깨어난 경험이 있는 김씨는 친환경농업이 일반화되기 이전에도 절대 6회 이상 농약을 살포하지 않았다.

특히 제초제는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황폐해 가는 지구환경 보전과 지속 가능한 농업을 영위하고 온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겠다는 신념으로 자식 같은 사과나무에 해가 될까 모기약조차도 농장에 들인 적이 없다.

김씨 농장에서 생산한 사과는 3등급으로 분류돼 상품은 납품하고, 중품은 사과 주스, 하품은 비료제조에 사용한다. 원주에 사는 신용수 씨는 부인이 암으로 고생하던 중 2005년부터 김 씨의 사과를 먹으면서 건강을 회복했다.

최근 많은 사람이 자신이 생산한 사과를 먹고 병세가 호전되었다는 소식에 감사하며 돈보다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주며 사는 것에 크게 만족을 느끼고 있다.

김씨는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고 자연에서 먹거리를 얻어왔지만, 140여 년 전 개발된 화학농약이 작물의 생산성을 높였으나, 순식간에 자연을 황폐화 시켰다는 주장이다.

또, 많은 농업인들이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하지 말고 친환경농업을 실천해 가족과 이웃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깨끗한 환경을 후세에 물려주고자 더 많은 농업인들이 유기농업에 동참해 주기를 희망한다.

그는 "소백산 주변은 친환경농업의 최적지이기에 더 많은 농업인이 유기재배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며 "유기재배 농법을 실천하려는 농업인에게는 저의 모든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 줄 것입니다"고 말했다.

한편 영주시는 유기재배 사과를 널리 홍보하고자 올해 가을 유기재배 사과 따기 체험, 유기농 사과 특판행사와 홍보를 위한 공중파 기획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안정적인 판로개척을 위해 10월에 계획 중인 수도권 사과 홍보행사 시 유기농 사과 시식, 소비자 현장초청을 시행하고 유기농 전문매장 입점, 택배 등을 지원하고 고품질 유기재배 사과를 선호하는 종합병원, 고소득 소비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을 통해 농가 소득증대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2012-08-27 23:43:58 / 김용호 기자(yaho@ugn.kr)

김용호 기자의 다른기사보기